쿠바 한인들의 아버지 ‘임은조’ 일대기를 다룬 다큐 ‘헤로니모’ 시카고에서도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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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한인들의 아버지 임은조’ 일대기를 다룬 다큐 헤로니모’ 시카고에서도 상영.

내 마음 속 디아스포라이민자란 무엇인가를 생각케한… 코리안 어메리칸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한 감동적인 영화

쿠바 한인 혁명가 헤로니모 임(임은조)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헤로니모’의 시카고 첫 시사회가 지난 1일 윌링에 소재한 한인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상영회는 시카고 한국학교에서 한인 2, 3세들의 한민족 정체성 확립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된 것으로 영화를 제작 감독한 전후석 변호사도 참석해 상영회 후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해 소개하며 질의에 응답하기도 했다.

시카고 한국학교 측(김병석 교사)은 “역사교육을 통한 정체성 강화를 목표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마침 봄학기 주제가 한인 이민사였기 때문에 헤로니모 영화가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상영회를 갖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병석 (시카고 한국학교 교사)

우리 2, 3세들의 한민족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영회를 마련하게 됐다이번 학기 주제인 한인 이민사와 부합하는 주제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전후석 감독에게 시카고에서도 상영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고이렇게 좋은 영화를 학생들과 함께 감상할 기회가 생겨 기쁘다

영화 헤로니모는 UC 센디에고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후 시라큐스 법대를 졸업,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하던 전후석 변호사가 쿠바 배낭여행 당시 영감을 받아 쿠바 한인 사회의 리더 역할을 했던 고 헤로니모 임(한국명 임은조)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룬 영화다. 헤로니모 임은조 씨는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전 감독은 영화 헤로니모에 대해 ‘한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는 특정 민족이나 집단이 자의 혹은 타의로 기존에 살던 땅에서 떠나 다른 곳으로 흩어져 이동하는 현상, 또는 그러한 사람들을 말한다. 전후석 감독은 “한국인이 디아스포라를 바라보는 관점과 디아스포라와 그 후손들에게 한인 정체성의 의미를 헤로니모라는 인물의 삶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후석 감독과의 인터뷰 중

​”한반도 내 한국민들이 봤을 때는 재외동포들이 이렇게 많고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 문화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벌써 디아스포라 재외동포들이 혹은 그 후손들이 봤을 때는 이중 정체성, 100% 현지인이면서 100%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다”

전 감독은 한인 디아스포라와 관련해 “본국 밖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는 디아스포라 속성 자체가 이중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함유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했을 때 또 다른 혁신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현재 좌우와 남북으로 대립한 대한민국을 극복하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헤로니모 임에 대해 “민족주의나 애국주의 삶에서 거듭나 결국 인본주의적인 삶을 산 사람”이라며 “세계 시민을 추구했고, 이는 이 사람이 갖고 있던 사랑이 어느 나라나 기관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 휴머니스트라는 것을 부각시켜준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중 정체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찾는 최종 도착지점은 ‘우리가 일본보다 낫다’ 이런 민족주의적 정체성이 아니고 사람을 사랑하고 다른 문화를 끌어안을 수 있는 인본주의적 삶을 지향해야 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전후석 감독

저는 정체성을 찾는 건강한 최종 도착지점은우리가 최고다 일본보다 낫다 이런 민족주의적 정체성 아니고 사람을 사랑하고 다른 문화를 끌어안을 수 있는 인본주의적 삶을 지향해야 되는 거 아닐까 많이 깨달았다.”

영화를 제작할 초기 “왜 공산주의를 미화하는 영화를 만드느냐”고 질책하던 샌디에고에 사는 옛 쿠바 한인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고맙다”고 말해준 것은 전 감독에게는 큰 감동으로 남았다.

전후석 감독

혁명 이후 미국에 넘어온 쿠바 한인들이 샌디에고에 사시는데영화 제작 초기 몇몇 분이 공산주의를 미화하는 한인 영화를 왜 만드냐고 따진 적이 있다이 분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가 헤로니모라는 사람을쿠바에 남은 한인들을 존경하게 될 줄 몰랐다그들이 왜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싸워나가고 이상을 실현하려 노력했는지 알 거 같다면서 내게 고맙다고 한 게 가장 큰 감동이었다

그는 한국학교 선생님들이야마로 헤레모니 임의 삶을 사는 분들이라며 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들의 숨은 노고가 있어 한인 2세들이 한글을 배우고 한인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후석 감독

헤로니모 선생은 쿠바 정부 차관급입지전적인 인물사실 토요일 한글학교 와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들이야말로 숨은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미국 전역 1000여개 한국학교토요일마다 자기 시간 발런티어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한글과 한인 정체성을 유지시켜줄까 그들의 숨은 노고가 헤로니모 임 같다고 자주 생각했다.”

이날 상영회에 참석한 한인들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끝까지 영화를 관람하며 “한인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싸워나가고 이상을 실현해나가는 헤로니모와 쿠바에 남은 한인들의 모습을 통해 큰 감동을 느꼈다”며 “내 마음 속 디아스포라, 이민자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코리안 어메리칸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한 감동적인 영화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병석 (시카고 한국학교 교사)

이민자라기보다 거의 노예처럼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던 우리 한인 1세대 첫 이민자이자 노동자들… 나라를 잃고 쿠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쿠바인으로 아예 정체성을 바꿔 살아야 했던 그들의 삶그래도 결국 한인 정체성을 다시 찾고자 헤로니모임은조 씨를 찾아가는 그 여정이 어찌보면우리 한인 2,3세들이 겪어가는 그런 과정과도 닮지 않았나생각했다

딸과 함께 영화를 본 제니퍼 장 몬스터장학재단 회장은 “너무 재밌게 봤다”며 “이 영화를 통해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니퍼 장 (몬스터 장학재단 회장)

너무 재밌게 봤다영화 DVD를 구입해 우리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이런 류 영화는 평소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매우 유익하고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이런 영화를 통해 좀 더 자주 한국 사랑하는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장광민 시카고 세사모 회장은 “영화가 감동적이어서 중간중간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며, “헤로니모 선생의 삶에 공감하면서 코리안 아메리칸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가고 2세들에게 이를 어떻게 전해야할지 많이 고민하게 한 영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광민 (시카고 세사모 회장)

영화..너무나 감동적이었다중간중간 눈물 참느라 혼났다헤로니모라는 쿠바 이민 2세 그의 삶과 쿠바 이민 가신 분들 삶 보니까 가슴이 아려오고 미국 이민자로서 어떤 공감 같은 것들 있어 너무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거 같다그리고 내 마음 속에 디아스포라이민자라는 게 뭔지코리안 어메리칸 정체성 다시 고민하고 이를 어떻게 확립해 2세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 지 더 많이 고민하게한 영화인 것 같다

마운트 프로스펙트에 사는 강상원 씨는 “영화를 보면서 애국심을 넘어 세계시민으로서의 도전을 받았다”며 “내가 미국에 살지만 미국 사람도 돼야하고 완벽한 코리안이 될 때 지역사회에서 한인이란 역할을 잘 감담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강상원 씨 (마운트 프로스펙트 거주)

너무 감동적이었고뭔가… 어떤애국심이라고 할 까 그런 감정을 넘어 세계시민으로서의 도전을 받았다크게 느낀 건내가 미국에 살고 있지만 확실한 미국 사람도 돼야 하고 완벽한 코리안이 될 때 지역사회에서 한인이란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날 한글 자막 상영회 하루 전에는 영어권 한인 2-3세들을 위한 영어자막 상영회가 윌멧에 소재한 레지나 도미니칸 고등학교(Regina Dominican)극장에서 열려 다양한 타인종 학생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영화 헤로니모는 오는 4, 5월께 감독판을 USB에 담아 온라인 판매될 예정이다. 전 감독은 이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어와 영어, 스페인어 자막을 넣어 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헤로니모는 토론토 아시안 영화제, 뉴욕 아시안 영화제, 샌디에고 아시안 영화제,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 전세계 9개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으며,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회 우수사례작, 2019년 12월 청와대에서 상영하는 등 그 역사성과 정체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수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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